
우리는 수학을 숫자의 나열이나 계산의 도구로만 익혀왔지만, 그 안에는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이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허수(i)'는 가장 신비로운 수다. 그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리적 현실을 구성하는 가장 정교한 언어 중 하나다. 이 글은 수학 개념의 철학적 해석을 통해, 허수와 -1이라는 수가 어떻게 불교의 색즉시공 개념과 만나며, 현실과 가능성, 존재와 진동의 구조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 -1은 실재하는가?
"사과 -1개를 본 적이 있는가?" 이 단순한 질문을 통해 사유를 확대해보자. -1은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거기서 무엇을 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실생활에서 -1이라는 개념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통장"이나 "부채", "손실" 같은 표현은 모두 -1의 개념을 내포한다.
우리가 1, 2, 3 같은 자연수는 손가락, 사물의 개수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1이라는 건? “사과 -1개”는 없다.
돈 -1만원 이라는 건? 통장 잔고가 0일 때는 **“미래에 빼겠다”**는 약속이다.
즉, -1은 “무언가를 기준으로 한 변화”이다.
-1은 실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변화”, “손실”, “반대 방향”을 표현하기 위한 개념적 수이다.
시간적으로 보면 음수는 미래의 가능성이다.
이런 예를 통해 볼 때, -1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조건부 역작용이라 할 수 있다. 즉, 어떤 대상이 앞으로 실재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그것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다시 말해, -1은 실재에 대한 '반대적 방향성'이자 '미래적 약속'이다.
이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변화는 기준이 있어야 생기고
- 손실은 원금이 있어야 의미가 있으며
- 반대는 방향이 있어야 성립한다
따라서 -1은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어떤 실존에 의존하여 정의되는 관계적 개념이다. 수학에서 음수가 '존재한다'는 말은 사실, '존재의 미래 관계성'을 표현한다는 말과 같다.
2. 제곱, 루트, 그리고 존재의 자기작용
우리는 제곱을 배울 때 "자기 자신을 곱한 것"이라고 배운다. 3² = 3×3 = 9. 하지만 철학적으로 보면 제곱은 단순한 곱셈이 아니라, 존재가 자기 자신에게 작용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 어떤 힘이 외부로 향하면 그것은 작용이다.
- 그 힘이 반사되면 반작용이다.
- 하지만 그 힘이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와 작용한다면?
- 내가 나 자신을 반영할 때,
- 어떤 방향이 자기 자신에게 작용할 때,
- 어떤 에너지가 반복될 때,
그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자기 반영(self-reflection), **자기 간섭(self-interference)**이다. 파동이 자기 자신과 부딪힐 때 간섭무늬가 나타나듯, 존재가 자기 자신과 마주할 때 새로운 질서가 생긴다.
이런 개념은 기하학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숫자 3을 제곱한다는 것은, 길이 3의 선을 '자기 자신과 곱하는 것'이다. 기하학적으로 선 × 선 = 면, 즉 **2차원의 넓이(면적)**가 된다. 제곱은 1차원이 2차원으로 확장되는 창조 행위다. 존재가 자기 자신에게 작용하면, 더 높은 차원의 질서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제곱은 한 방향이 또 다른 동일한 방향과 교차한 구조. 즉, ‘자기와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제곱은 존재의 방향이 자신을 향할 때 만들어지는 형이상학적 패턴이다. 수학에서는 단순한 연산자 이지만, 철학적으로는 존재의 자기작용, 즉 내면으로 향하는 에너지의 흐름 으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대응되는 연산이 바로 루트(√) 다. 루트란 어떤 수의 제곱하기 전의 수를 말하며, '제곱근'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4는 2인데, 2를 제곱하면 2 × 2 = 4, 즉 4의 제곱근은 2가 된다. 다시 말해, 루트는 결과로 주어진 수에 대해 "그 수를 만들기 위해 어떤 수가 자기 자신에게 작용했는가"를 묻는 연산이다.
따라서 루트는 결과로 주어진 존재 상태로부터 그 이전의 조건, 즉 **원형(archetype)**을 추적하는 과정이다. 앞서의 면적의 예로 설명하면, 우리는 어떠한 넓이에 대해 루트를 통해 그 이전의 조건이자 원형인 한변의 길이를 추적할 수 있다.
이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허수 i = √(-1) 이다.
3. 허수 i는 무엇인가?
허수 i는 "제곱하면 -1이 되는 수"로 정의된다. 이것은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결과다. 어떤 수를 제곱했을 때 -1이 되는 수는 현실 수직선 위에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수를 '허수(imaginary)'라고 부른다.
하지만 '허수'라는 말은 오해를 낳기 쉽다. i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을 가능케 하는 수학적 요소다. 현대 물리학에서 허수는 필수적인 존재다:
- 양자역학의 파동함수는 복소수(i 포함)로 표현되고
- 전자기학에서 교류 전류의 위상을 나타낼 때 허수가 쓰이며
- 회전, 파동, 진동을 나타내는 수학 표현에는 늘 i가 등장한다
앞서 우리는 '루트'라는 개념이 어떤 수의 본래적 구조, 즉 원형(archetype)을 되짚는 작용이라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듯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수, -1의 원형이 바로 √(-1), 허수 i인 것이다.
즉, 허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상의 축이며, 존재가 진동할 수 있게 해주는 수학적 구조다 .
허수 i는 -1이라는 미래의 조건부 현실을 창조하는, 형상 이전의 원형이다. 그것은 실존을 가지지 않지만, 가능성의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나, 공(空), 혹은 아직 관찰되지 않은 가능성 필드로 비유할 수 있다.
허수는 실재하지 않지만, 실재를 가능케 하는 진동의 씨앗이다.
4. 색즉시공, 공즉시색: 허수는 공이다
불교의 핵심 사유 중 하나인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은, 실재(형상)는 공(비어 있음)이고, 공은 실재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개념은 허수 i와 너무나도 정확하게 맞물린다.
- 실수(real number)는 지금 이곳에 있는 인식된 형상이다.
- 허수(i)는 그 형상을 가능하게 한, 존재 이전의 위상 구조이다.
복소수 a + bi는 실수와 허수의 결합이다. 즉, 형상(色)과 공(空)의 통합적 존재 표현이다.
수학 구조존재론적 의미
실수 a | 현실의 형상, 드러난 것 |
허수 bi | 드러나지 않았으나 존재의 방향성을 가진 가능성 |
이것은 색즉시공과 정확히 대응된다:
비어 있음)****색(형상)은 공으로부터 발생하고,
공은 색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내포한다.
즉, 허수는 공이다.
5. 마무리 명상: 수학 안에서 공을 보다
이제 우리는 이 모든 수학적 구조가, 삶과 의식의 깊은 수행에도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수학을 통해 존재의 구조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수를 통해 우주의 질서를 느낀다.
허수 i는 단지 계산의 도구가 아니라,
- 공(空)의 형식이며,
- 비어 있으나 방향을 가진 가능성의 구조이며,
- 현실이 드러나기 전, 형상 이전의 잠재적 진동이다.
i라는 기호를 통해, 우리는 단지 수학적 연산을 넘어서 '비어 있음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허수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공은 철학 개념만이 아니라, 수학의 중심에도 살아 있다.
명상은 존재를 되돌아보는 행위다. 철학적으로 볼 때 명상은 제곱 이며 루트 이다.
- **사마타(Samatha)**는 내면으로의 집중과 에너지의 증폭이다 → 제곱
- **위빠사나(Vipassana)**는 조건을 관찰하고 해체하는 통찰이다 → 루트
명상은, 나를 증폭시키고, 나를 해체한다. 명상은 나라는 존재를 ‘제곱’하고 , 동시에 ‘루트’하여 무아를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