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9

허수, 그리고 색즉시공: 존재 이전의 진동을 말하다 우리는 수학을 숫자의 나열이나 계산의 도구로만 익혀왔지만, 그 안에는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이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허수(i)'는 가장 신비로운 수다. 그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리적 현실을 구성하는 가장 정교한 언어 중 하나다. 이 글은 수학 개념의 철학적 해석을 통해, 허수와 -1이라는 수가 어떻게 불교의 색즉시공 개념과 만나며, 현실과 가능성, 존재와 진동의 구조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 -1은 실재하는가?"사과 -1개를 본 적이 있는가?" 이 단순한 질문을 통해 사유를 확대해보자. -1은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거기서 무엇을 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실생활에서 -1이라는 개념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예를 들어, "마이.. 2025. 4. 20.
공양, 불교 철학에서 본 감사와 수행의 길 1. 존재를 유지한다는 것 – 삶, 그리고 업의 시작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게 삶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의 섭취다. 이를 위해 사냥하고 채집하며, 생명은 끊임없는 ‘활동’을 수행해왔다.우리의 육체적 구조와 감각기관, 심지어 사회적 체계와 문명까지도 바로 이 생명의 지속을 위한 활동성 위에 진화해온 것이다.즉, 생명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지되고 작동되는 과정이며, 그 안에는 에너지를 얻기 위한 움직임, 환경에 대한 반응, 생존을 위한 선택 등이 축적되어 있다. 이 작용의 흐름, 의도를 가진 반복적 행위가 불교에서는 **‘업(業)’**이라 불린다.삶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을 통해 살아가며, 존재는 언제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2025. 4. 12.
진리는 울림이다: 반야심경, 다르마의 현현을 따라 걷는 길 1. 반야심경은 어디서 왔는가 – 그 배경과 형성불교 경전 중에서도 유난히 짧고, 유난히 깊은 반야심경. 불과 260여 자의 한문 경전이지만, 이 짧은 구절 안에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이 응축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경전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반야심경은 '대반야경'이라는 방대한 경전군(經典群)에서 유래한 경전이다. 대반야경은 무려 600권, 520만 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경전이며, 수백 년에 걸쳐 대승 불교 수행자들과 철학자들이 다듬어온 ‘공(空)’ 사상의 집대성이다. 반야심경은 이 공 사상의 정수를 극도로 간결하게 요약한 텍스트로, 철학적으로는 ‘중도(中道)’ 혹은 그 철학적 체계화인 ‘중관사상(中觀思想)’, 실천적으로는 ‘보살행’을 요약하.. 2025. 4. 6.
신과 법, 기복과 수행: 꿈을 이루는 두 가지 길 우리는 때때로 삶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믿고 어디에 의지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종교는 그런 순간에 방향을 제시해주며, 어떤 이는 신에게 기도하고, 어떤 이는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길을 찾는다. 하지만 소망을 성취하는 방식은 종교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기독교에서는 신에게 기도를 올려 도움을 구하는 반면, 불교에서는 수행을 통해 스스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강조한다.이 두 관점은 단순히 신앙의 차이를 넘어 철학적 기반 자체가 다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God)과 플라톤 철학의 이데아(Idea), 그리고 불교에서 말하는 법(法, Dharma)의 개념을 비교해 보면, 이 세 가지 개념은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이 글에서는 기독교와 불교가 각각 소망을 이루는 방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 2025. 4. 5.
위빠사나의 핵심: 오온을 관찰하는 수행 1. 도입: 생각을 관찰한다는 것의 의미많은 이들이 명상 수행 중 겪는 공통된 어려움 중 하나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끊임없는 생각들, 이른바 '잡념'이다. 우리는 고요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때로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떠오르는 생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핵심이다.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관찰'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선다. 이 관찰은 생각을 오온(五蘊)의 구성 요소로 분해하여 바라보는 작업이다. 그렇게 바라볼 때, 생각은 단지 일시적인 조건적 현상의 조합일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예를 들어, 명상 중 누군가에게 화났던 장면이 떠오른다고 해보자. 그 기억, 당시의 감각 정보(색), 그에 대한 불쾌한.. 2025. 3. 30.
야간비행 마음의 상을 멀리해 특히 자신에 대한 상못났는지 잘났는지 그런거나쁜기억 좋은기억 온갖 가정, 상상 저절로 머리속에 자리잡는 생각들 그것에 홀려 살지마 생각을 비워 감정을 벗어 오직 마음 속 빈곳으로 호흡을 타고 날아가 나의생각 너의 시선, 군중, 세상도 다 마음에 비추인 그림자 연극 시선을 돌려 내 안으로 달아나 무한히 고요한 그곳 거기서 만날꺼야 진짜인 나 2025. 3. 25.